음악

<그땐 그랬지> - 카니발

JJU :) 2014. 12. 16. 12:54

이 노래를 한 번도 끝까지 들어본 적도 없고

찾아서 들어본 적도 없다

 

2009년 혹은 2010년 쯔음

나는 백령도에 있었다

 

인간의 불빛 대신 오직 별만이 빛났고

자동차소리 대신 파도소리만 가득했다.

눈 감고 있으면 정말이지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리던 그 적막한 섬

 

낭만스럽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지옥이었을지도 모르는 그 섬

 

지금 생각해보면 갓 스물을 넘긴 머스마들끼리

뭐가 그리 중요하거나 대단한 일이라고

복닥복닥 거렸나 싶다

 

깎아지는 듯 높은 절벽 위에

248 초소가 있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눈 내리는 소리만 들렸던 쌔까-만 밤이었다

파도도 바람도 잔잔해서

이 섬이 그리고 내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가 싶을 정도로 고요한 밤

 

나와 같이 248 초소에 들어간 선임은

악명높은 1080기 선임이었다

 

그 고요한 밤에

그 무섭던 선임이

아무말 않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참 어렸었지~ 뭘 몰랐었지~ 설레는 젊음 하나로 그땐 그랬지~"

 

그 걸쭉한 목소리가

신기하게도 모두 기억해내고 읊는 가사와 함께

뇌리에 박혀버렸다

 

눈 내리는 소리만 들리던 그 밤에.

 

그 후로도 종종 그 선임은

전역이 다가올수록 감상에 젖는지

나를 괴롭히는 대신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노래를 다 부르고나선 멋쩍게 웃는 모습

그리곤 다시 무서운 모습으로 돌아갔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