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있고
엄마의 엄마가 있다.
아빠도 있고
아빠의 아빠도 있었다.
군대에 있을 때
2년이라는 시간이 나를 늙게 만들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손이 그대로 영영 틀까봐 걱정스러웠고 피부가 푸석한 아저씨가 될까봐 걱정스러워서
얌생이마냥 눈치 보면서 몰래 몰래 로션을 바르기도 했었는데
2년은 사실 무언가를 변하게 만들만큼 긴 시간이 아니었다.
나와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거의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심지어 사람아닌 것들마저도!!! 그대로 있었단말이다
근데 이게 뭐람
그 시간도 앗아가지 못했던 것들이
돌아본 순간 요샌 왜이리 훅 가뿌는지.
아, 말을 잘못했네, 제대로 말해야겠다.
군대 2년 동안 나는 '나'가 늙어버릴 것을 걱정했던게다. 그 어떤 인간이 지상에 나온 지 20여년이 지나자마자 걍 폭삭 늙을 수 있겠나
내 눈에 아무 것도 변한 것 없어보였다고 했지만
사실 내가 눈여겨 본 건 나였을 뿐. 오직 나!
그러니 당연히도 변해봐야 뭐 얼마나 변했을라고, 멍청하긴.
그랬던거다
근데 이제사 나 말고 다른 것들을 보려니
훅 변해있다고 느끼는게다.
엄마도 아빠도 심지어 쭈쭈도.
엄마가 있고
엄마의 엄마가 있고
아빠도 있는데
아빠의 아빠는 없다.
시간, 시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