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210

2014. 12. 10. 23:02

엄마가 있고

엄마의 엄마가 있다.

아빠도 있고

아빠의 아빠도 있었다.



군대에 있을 때

2년이라는 시간이 나를 늙게 만들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손이 그대로 영영 틀까봐 걱정스러웠고 피부가 푸석한 아저씨가 될까봐 걱정스러워서

얌생이마냥 눈치 보면서 몰래 몰래 로션을 바르기도 했었는데

2년은 사실 무언가를 변하게 만들만큼 긴 시간이 아니었다.

나와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거의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심지어 사람아닌 것들마저도!!! 그대로 있었단말이다


근데 이게 뭐람


그 시간도 앗아가지 못했던 것들이

돌아본 순간 요샌 왜이리 훅 가뿌는지.



아, 말을 잘못했네, 제대로 말해야겠다.

군대 2년 동안 나는 '나'가 늙어버릴 것을 걱정했던게다. 그 어떤 인간이 지상에 나온 지 20여년이 지나자마자 걍 폭삭 늙을 수 있겠나

내 눈에 아무 것도 변한 것 없어보였다고 했지만

사실 내가 눈여겨 본 건 나였을 뿐. 오직 나!

그러니 당연히도 변해봐야 뭐 얼마나 변했을라고, 멍청하긴.

그랬던거다


근데 이제사 나 말고 다른 것들을 보려니

훅 변해있다고 느끼는게다.

엄마도 아빠도 심지어 쭈쭈도.


엄마가 있고

엄마의 엄마가 있고

아빠도 있는데

아빠의 아빠는 없다.

시간, 시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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