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9년이 되었다.
생각지못한 방향으로 삶은 흘러왔는데
그저 생각없이 흘러와버린 건 아닐지
곰곰 생각해보다가
불현듯 이곳이 생각났던 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9년이 되었다.
생각지못한 방향으로 삶은 흘러왔는데
그저 생각없이 흘러와버린 건 아닐지
곰곰 생각해보다가
불현듯 이곳이 생각났던 게다.
내가 과연 진짜 PD가 된걸까.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아침 한강을 건넜다.
이미 숱하게 누군가의 첫 출근을 실어 날랐을 지하철은
첫 출근이 아득해졌을 사람들과, 나를 싣고 달렸다.
그렇게 내 삶의 새로운 막이 올랐고
나는 수습PD의 1일차를 보냈다.
인턴경험은 물론 방송의 비읍도 모르는 내게
생방송 현장과 on air가 떠 있는 조정실은 신세계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내가 그녀를 이해한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듯이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이해시킬 것이라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녀가 무언가를 이해하는 그 방식대로 나는 그녀를 받아들이고 맞춰야 하듯이
시청자가 스스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콘텐츠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정리를 했다.
길었던 학부생활을 서랍 한 켠에 고이 접어 두었고
버릴 것은 버렸다.
내 지난 날들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 대학시절 곳곳에는 아이들의 흔적이 있었다.
정선 꼬맹이들이 고이 접어준 숱한 하트들 속에는 비타민이 들어있었는데
딱 하나의 하트 속에는 삼십원이, 다른 하나의 하트 속에는 모양이 다른 비타민이 들어있었다.
내가 열어보길 바라며 고사리손으로 이 하트들을 접고 비타민을 오렸을 아이들을 생각했다.
교생 꼬맹이들이 써준 편지와 작은 함 속에는 중학생들이 할 법한 귀걸이들이 들어있었고
또 다른 어느 꼬맹이들이 써준 편지와 편지와 편지들이
내 학부생활을 가득 덮고 있었다.
지금은 연락할 방법이 없는 친구가 준 중국 열쇠고리와
지금은 호주로 가버린 친구가 주고 간 필리핀의 열쇠고리와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는 친구가 준 뉴욕의 열쇠고리와
지금도 자주 만나는 친구가 준 남미 어느 나라의 열쇠고리들이
챙길 열쇠가 하나 뿐이었던 내 시절과 함께 있었다.
누구나 그의 삶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고 나간다.
들어온 사람은 새로운 세계가 되는데
그 세계는 어느새 돌아보면 사라져있거나
혹은 삶의 어느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거나
자신의 세계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 세계들이 사라지지 않길 바랐었다.
어느 계절 어느 노래와 함께 올라오는 아련한 감정이 들 때면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다.
사라지는 것이 아름답다-라는 누군가의 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냥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게 각인된 이 깊은 대학생의 흔적들이 싸그리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 때로 영영 돌아갈 수 없음을 안다.
그 사람들이 공간들이 시간들이 그 세계들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것들이 들어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