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130

2016. 1. 30. 23:57

정리를 했다.

길었던 학부생활을 서랍 한 켠에 고이 접어 두었고

버릴 것은 버렸다.

 

내 지난 날들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 대학시절 곳곳에는 아이들의 흔적이 있었다.

정선 꼬맹이들이 고이 접어준 숱한 하트들 속에는 비타민이 들어있었는데

딱 하나의 하트 속에는 삼십원이, 다른 하나의 하트 속에는 모양이 다른 비타민이 들어있었다.

내가 열어보길 바라며 고사리손으로 이 하트들을 접고 비타민을 오렸을 아이들을 생각했다.

교생 꼬맹이들이 써준 편지와 작은 함 속에는 중학생들이 할 법한 귀걸이들이 들어있었고

또 다른 어느 꼬맹이들이 써준 편지와 편지와 편지들이

내 학부생활을 가득 덮고 있었다.

 

지금은 연락할 방법이 없는 친구가 준 중국 열쇠고리와

지금은 호주로 가버린 친구가 주고 간 필리핀의 열쇠고리와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는 친구가 준 뉴욕의 열쇠고리와

지금도 자주 만나는 친구가 준 남미 어느 나라의 열쇠고리들이

챙길 열쇠가 하나 뿐이었던 내 시절과 함께 있었다.

 

누구나 그의 삶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고 나간다.

들어온 사람은 새로운 세계가 되는데

그 세계는 어느새 돌아보면 사라져있거나

혹은 삶의 어느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거나

자신의 세계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 세계들이 사라지지 않길 바랐었다.

어느 계절 어느 노래와 함께 올라오는 아련한 감정이 들 때면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다.

사라지는 것이 아름답다-라는 누군가의 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냥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게 각인된 이 깊은 대학생의 흔적들이 싸그리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 때로 영영 돌아갈 수 없음을 안다.

그 사람들이 공간들이 시간들이 그 세계들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것들이 들어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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