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823

2013. 8. 23. 16:47

물이 보고프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무작정 떠난 곳은 춘천, 마치 춘천가는기차의 멜로디 속인 것 마냥

무심코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하니 춘천행이더라.

 

기타와

색채가없는다자키쓰쿠루와그가순례를떠난해와

우산

그게 내 손에 쥔 전부였다.

 

소양댐이라는 먼 곳을 가족과 함께가 아닌 혼자 와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청평사가는 길까지 모두 속속들이 오래-전 가족여행의 기억이 묻어있었는데

훗날 다시 소양댐을 간다면 기타를 맨 스물여섯의 내가 떠오를지 가족과 함께인 어린 내가 떠오를지 문득 궁금해졌다.

 

동행을 만났다.

사실 만났다는 우연적인 표현보다는 만들었다는 인위적인 표현이 맞겠지만,

우리는 청평사를 함께 오르면서 얘기를 나눴고 사진을 찍어주고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기타를 쳤고

이내 헤어졌다. 연락처는 주고 받지 않은 채로,

덕분에 커플들 속에서의 산행길이 외롭지 않았어요 라는 한 마디도 남기지 못한 채로,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헤어짐이었다. 배에서 내리자 마자 그럼 갈길을 가요 한 마디만을 했을 뿐.

그녀는 생각을 비우러 왔다고 했었고

나는 생각을 좀 하러 왔었는데

맑은 계곡물과 서늘한 나무그늘 그리고 딱따구리소리는

비워야하는 혹은 해야만하는 그 생각놈과는 아-무런 연결고리없이 그저 좋았다.

 

춘천역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농협ATM을 보고 무작정 내려버렸다. 왜 하필 그 춘천에서 농협ATM에 끌렸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지만,

아마 이대로 기차를 타고 돌아가기엔 조금 아쉬웠었나보다.

농협 ATM 뒤로는 교회3개와 성당1개가 있었는데

우후죽순같은 교회말고 평온한 성당을 택했다.

 

성당을 들렀다 나오는 초저녁 시골밤에는

별이 총총했고 풀벌레소리가 가득했다.

덕분에 마음이 아릿아릿했는데

잃어버린 그 무언가, 지나가버린 그것들이 가슴아프게 그리우면서도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좋았다. 음, 좋았다 정말.

혼자인 시골 밤길, 머리 위로는 별빛, 발 밑으로는 귀또리소리.

 

사실

무엇을 얻어왔는지는 모르겠다. 반나절의 짧은 춘천행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있어봐야 뭐 있을까.

다만 무언가를 얻어야한다는 강박은

'혼자'였기 때문에 사실 아무런 부담이 되지 못했다.

짓눌림없는 반나절-이라는 시간 자체가 얻은 것이라면 얻은 것일까 시프다 문득.

 

그저 걷고싶었으니 걸었고 말을 걸고 싶었기 때문에 말을 걸었었고

눈 감고 싶을 때 눈 감았고, 귀 기울이고 싶을 때 귀 기울였으니까.

 

8월도 거의다, 방학도 거의고.

머잖아 개강과 함께 올해의 반환점을 돌아갈게다.

내 삶에 쌓여갈 늦여름과 초가을도 부디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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