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망고를 보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
걱정스런 마음에 잠을 자려다가 다시 일어나서 잠시 보고 왔다
거대한 대왕냥이가 괴롭힐까봐 대왕이한테 먹이까지 챙겨주었는데
쭈그리고 앉아서 먹는 대왕냥이를 보고 있으니 왠지 마음 한 켠이 안쓰러웠다.
얼마 전엔 공포로 다가왔던 놈이지만
그 놈도 살고자 하는 덩치 큰 길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훠이훠이 저기로 가서 먹이를 먹으렴-이라는 제스쳐를 취하는 동안
대왕이는 줄곧 나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 전 오싹했던 그 무섭던 눈빛이 오늘은 나를 파악하려는 듯 한 결 순진해보였다.
대왕냥이의 반도 안 되는 망고.
동네 사람들이 망고 먹으라고 먹이를 갖다 놓지만 되려 걱정이다.
대왕냥이를 비롯해 주황냥이까지 망고의 먹이를 강탈하는데다가
날씨도 춥다. 망고의 새끼들은 어찌되었는지 기척이 없다.
묘연이라 불리는 어떤 끈 같은 건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길바닥에서 서로를 바라본 지도 어언 한 달이 되었는데,
그 녀석은 집냥이에서 점점 길냥이로 변해가고 있다.
나는 일반인에서 점점 집사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 둘의 그래프가 만나는 지점이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그 지점이 넘어가버리면
망고는 영영 길냥이가 될테고, 나는 집에 들일 수 없을 망고를 계속 그리워하는 나홀로 집사가 될텐데
우리의 그래프가 교차해버리기 전에 무언가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