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의미의 개인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서 많이 한다.
서구 철학의 이성적 사유 속에서
사유의 대상이자 사유의 주체는 늘 individual 이었지만
과연 개인의 정체성만을 따로 떼어내서, 독립적인 어떤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공동체의 일원이었고
그 공동체로부터 정체성을 부여받았으며
내가 있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그 공동체 속에서 내 삶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의 나 개인은 없다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된 자유주의적인 나는 관념 속이 아니라면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주장이 마이클 샌댈이나 맥킨타이어같은 학자가 말했던 공동체주의라고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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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아빠와 전화를 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혹은 대학교 고등학교 해병대 등등의 공동체를 '만에 하나' 벗어날 수 있다 하더라도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벗어날 수 없음을 느꼈다.
나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가족을 생각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는 주체성이 없다고 말할 지 모르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나의 정체성은 가족 속에서 형성되었고, 가족의 정체성과 실은 다름없다.
가족과 분리된 나는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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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잘 되고 싶다는 말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서.
너거를 보면 힘난다 라는 짧은 카톡과
심지가 많이 약해진 것 같은 아빠의 목소리가
많이 슬프지만
슬픔의 배로 힘을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