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처럼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똑같은 141214는 지나가뿟네
나는 141214 와 141215 그 사이 어딘가에서
눈알 빠져라 레포트를 쓰고 있었지
해가 뜰랑말랑 어스름한 7시에 잠이 들고
하마터면 점심 약속을 까묵을 뻔 했어라
Kwan 은 그의 외국인 여자친구인 헤더와 손을 잡고서 낯선 Nerd들만이 가득한 드넓은 캠퍼스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전역한 지 3년하고도 몇 달이 더 지난 지금도 그의 머리는 마린 스타일이었다
그 덩치 큰 해병머리 유학생과
자그마한 연상의 미국인이
밤을 샌 nerd 한 명과 함께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캠퍼스를 걸었다
작아져버릴 뻔 했던 요즈음의 나는
Kwan 덕분에 다시 커질 수 있었다
졸업은 아직인데 생각에도 없던 취직을 정녕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던 나의 겨울동안
나는 작아져 있었다
이상한 겨울이었다 물론 지금도 겨울이다만
취직은 가장 뒷순위였고
내가 이룰 수 있는 모든 최상의 가능성들을 자신있게 담보하던 때가
불과 몇 달 전이었다
계절이 지나가면서였는지 친구들의 학부 마지막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였는지 어느 순간부턴가
나는
어쩌면 내가 설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더랬다
자신이 충만해서 취직하기 싫던 것이
자신을 잃어버리면서 취직을 하기 싫은 것으로 바뀌어 버리려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둘 다 바보같은 생각이긴 하지만
덜 바보에서 더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해병머리 Kwan은 내가 바보인지 몰랐다
우리는 많이 웃었고 미래를 이야기했다
이 해병머리친구는 내가 바보인 줄 모른 채 희망과 믿음과 웃음이 넘쳐 흐르는 이야기를 계속 한 것이었다
허헛 바보다 바보
그러다 문득
이 바보스러움을 Kwan 뿐만 아니라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싶어졌다 심지어 나에게도! 나에게도 말이다
그래서 이상한 겨울을 끝내기로 했다